#나의4월16일

시차가 있어서 저에게는 4월 15일 저녁입니다. 친한 언니 부부가 집에 초대해주셔서 저녁을 먹었어요. 배가 침몰했다는 기사를 얼핏 보긴 했지만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이 타고 있다던데 혹시 한두명이라도 구조되지 못하면 생존한 학생들 트라우마가 크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나요.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생길 줄 알았다면, 아니 한 사람이라도 정말 희생자가 생길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저 모든 게 다 잘 될거라 믿으면서 밥을 맛있게 먹고 수다를 한참 떨고 집에 와서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밤 사이 올라온 기사들을 읽으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죠. 계속 꿈을 꾸고 있는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괜히 불길한 말을 한 저를,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발 뻗고 잘만 잔 저를 원망했어요. 그런 거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죄책감이 들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태평양 건너에서 드문드문 전해 들은 저도 이렇게 또렷이 기억이 나는데 대통령을 진료하곤 하던 의사가 ‘기억이 안난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