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앓았다. 특별히 앓아 눕지는 않았다. 먹은 게 잘못된 건지 뭔지 소화가 되지 않아 먹는 데에 지장이 좀 있었다. 일주일 남짓. 타고난 소화기관이 예민해서 소화불량에는 익숙한데, 어쩐지 이번에는 조금 더 유난스런 면이 있었다. 처음엔 고기를 먹으면 더부룩한 것 같더니, 언제부턴가 고기 아닌 걸 먹어도 더부룩하고, 제일 심해졌을 땐 쌀죽 반그릇을 먹고도 더부룩해 걷기도 버거웠다. 죽만 먹고 사흘을 보내고 나니 속은 훨씬 가벼워졌고 마침내 어제부터는 보통 식사를 넘길 수 있을만큼 호전되었다. 이제 살았다 싶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무섭게 잠이 쏟아졌다. 때가 지났다 싶던 생리도 시작됐다. 단순한 배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보단 더 아팠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지만 앓고 나니 다시 읽고, 쓰고,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 몇 달간 도무지 읽거나 쓰거나 그리거나 하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미 그 때부터 어딘가 고장나 있던 걸까. 축이 어긋난 채로 삐그덕 삐그덕 달리다가 결국 탈이 나버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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