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알러지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니 며칠만에 온 몸으로 두드러기가 퍼져버렸다. 그때서야 병원을 찾아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았다. 박테리아 감염이라고 했다. 이틀은 하루종일 잠만 자며 지냈다. 별다른 통증이 있지는 않은데 무엇에든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앉아서 화면의 글자를 읽으려고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약을 먹기 시작한지 닷새가 지나서야 붓기가 가라앉았다. 그럭저럭 정상생활은 가능해진 것 같긴 한데 자주 쉬어야 한다. 반시간 넘게 집중하기가 버겁고 여전히 음식이 넘어가지를 않는다. 배가 고프다가도 입에 뭘 넣으면 속이 메슥거린다.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삼킨다. 평소의 절반도 못 먹는다.

그래도 몸은 곧 회복될 것이다. 앓는 동안 몸의 고통보다 더 싫었던 점은, 하루종일 누워만 있으니 생각이 많아져 자꾸만 부정적인 감정을 되새기게 되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게 되면서 마음의 고통이 자라나버렸다는 점이다. 몸을 조금 움직일만해지자마자 산책을 했다. 한시간도 채 못 걷고서는 지쳐 누워버리긴 했지만 정신은 한결 맑아졌다. 다음날은, 조금 고민이 되긴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나갔다. 웃고 떠드는 동안 무겁게만 느껴지던 근심이 한결 가벼워졌다.

정신력도 체력에서 나온다. 20대까지는 체력이 떨어지더라도 정신력이 강하면 몸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정신건강이 약해질 정도로 체력이 부족한 적이 없었던 것 뿐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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