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덕호 외, 근대 엔지니어의 탄생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의 4개국에서 공학이 어떻게 탄생하였고 엔지니어가 어떤 사회적 지위를 구성해왔는지를 개괄한 흥미로운 책이다. 흔히 과학과 기술은 한 덩어리로 여겨지며 공학은 과학의 응용분야로 여겨지곤 하지만 실상 역사를 들여다보면 공학은 과학으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 장인 기술로부터 독자적으로 발생한 신생 학문임을 알 수 있다. 엔지니어 집단은 처음부터 동일한 뿌리에서 출발한 동질적 집단도 아니다. 국가가 주도하여 고급 관료로서의 엔지니어를 양성한 사회가 있는가하면, 각기 다른 산업 분야 – 가령 토목과 기계- 에서 각기 기술을 닦은 기술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엔지니어의 정체성을 확립한 사회도 있고, 엔지니어를 전문직 종사자라기보다는 기술 노동자로 받아들이는 사회도 있다. 엔지니어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만 한국에서의 공학개념의 성립과 발전상을 간략하게라도 다루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