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단지 연말이라 그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에게 지금은 하나의 계절이 끝나고 다음 계절이 오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하나의 큰 시련이 있던 건 아니지만, 목표했던 일들이 무엇 하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당연히 잘 될 거라 믿었던 일들조차 실패로 돌아갔고 기대했던 사람들에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이리저리 치이며 약해진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든 가지를 잘라내면 곧 그 자리에 싱싱한 새 가지가 돋듯, 죽은 일이며 죽은 관계를 정리한 자리에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어떻게든 잘 될거라는 확신이 든다. 막연히 운이 따를 거라는 낙관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나라면 조금쯤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일이나 설령 잘못되는 일이 있어도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다, 생채기는 좀 났을 지언정 중심은 여전히 단단하다는 믿음이랄까.

차양을 걷고 창문을 연다. 창가의 화분들이 햇볕과 바람을 한껏 빨아들인다. 계절이나 환경이 변하면 이파리를 떨구기도 하고 몇몇 가지가 말라 죽기도 하지만 조금만 신경써주면 다시 살아나서 싱싱해지는 이 아이들이란 언제 봐도 대견하고 신기하다. 뿌리와 줄기가 건강하다면 얼마든지 새 가지를 뻗을 수 있다는 것은 식물들이 알려준 비밀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