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라는 이름

‘소리공학’ 전문가를 자처하며 아무말 대잔치를 벌여오던 한 대학교수가 있다.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끄는 이유‘나 ‘비가 오면 부침개가 먹고 싶은 이유‘ 따위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삼아 스펙트럼 몇 개 띄워놓고 적당히 둘러대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더니, 어느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는 문제들에 관해서까지 무책임한 ‘전문가 견해’를 늘어놓아 왔다. 전공자들 사이에선 이미 악명이 높은 그였지만 ‘학계’는 사회에 어떤 경고음도 울리지 못했다. 드높은 상아탑에 올라 속세를 굽어보며 그의 허술한 논리들을 우스갯거리로 소비할 뿐이었다.

나선 것은 언론이었다. 피디수첩이 숭실대학교 배명진 교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이 그의 아무말이 ‘전문가 견해’로 받아적은 지난 이십여년 동안에도, 그의 ‘전문가 견해’에 의심을 표한 이번에도 ‘학계’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소수의 연구자들만이 개별적으로 비판에 동참했을 뿐이다. 방송 이후 한 달여가 지났는데 어떤 후속 조치가 취해졌는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는 여전히 교수직을 보전하고 있으며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명이 없다.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오랫동안 지켜봐 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이것은 배명진이라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계와 사회의 관계맺음에 관한 문제이다. 개개인은 연구자로서 ‘학계’의 ‘인정’을 업고 전문가라는 이름을 획득하고 사회적 명성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이름을 한 번 획득한 개인이 허황된 이야기를 하고 다녀도 학계가 그 이름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결국 전문가라는 이름이란 한없이 가벼운 것이 아닌가? 이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전문가의 권위’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