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페미니즘의 해

미리암 웹스터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발표했다. 페미니즘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성평등에 관한 이론”으로 풀이되어 있는데, 온라인 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이며 전년 대비 70%나 검색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많이 찾았다는 것이 좋은 뉴스인지 잘 모르겠다. 성평등에 관한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 건재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여성도 사람이다”라는 선언은 그 말이 타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여성이 사람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필요한 것처럼.

내가 20대 초반일 때에는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아무도 페미니즘에 관심갖지 않았다. 성차별도 노오력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장애물 중 하나일 뿐이라고 낙관했었다. 20대 중,후반, 내 개인의 노력으로 안되는 것이 있음을 절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잡아보려 여성학 서적을 찾곤 했었다. 30대에 들어서니 내 주변 여성들은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다들 페미니스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 페미니스트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거의 모든 여성이 자기도 모르게 페미전사로 분할 만큼 낭떠러지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2017년에 페미니즘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말은, 적어도 내겐 여성들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어디선가 페미니즘은 세상에 위기가 올 때마다 부상한다는 말을 들었다. 살기 힘든 세상이 되면 여성에 대한 억압이 더 심해지고, 결국 막다른 길에 몰린 여성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다는 말이다. 여성들이 굳이 위험한 싸움을 하지 않아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시민의 의견으로 경청하는 사회를 꿈꾼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계속 갈 것이다.